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DTx) 허가,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알아보자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로서 불면증 증상개선을 목적으로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의 하나인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솜즈’를 허가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란 디지털 헬스의 한 분야이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는 단순 건강관리를 위해 식습관, 운동 관련 정보를 수집하거나 제공하며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면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치료 효과와 이를 입증하기 위한 개발 과정이 허가•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환자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한다는 목적상 임상•허가 측면에서 치료제와 의학적 근거와 허가 당국의 승인이 요구된다.

먼저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이 있다면 '디지털 치료기기' 용어보다는 '디지털 치료제' 용어를 본 적이 비교적 많을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지향하는 바는 디지털 치료제와 동일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DTx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소프트웨어만으로 이뤄지고 질병의 치료·효과·관리를 하는 의료기기를 강조하여 '디지털 치료제'라는 용어대신 '디지털 치료기기'로 명명했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기기(DTx)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갈래 중 하나이며, 의료기기 관련 규정에 따라 인허가가 결정되는 의료기기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식약처에서 국내 용어 혼용에 따라 디지털 치료기기 용어 사용확대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만큼 이 글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이제 디지털 치료기기가 무엇이고 디지털 헬스케어와 어떤 점에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았으니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장애와 질병을 예방 및 치료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의 국내외 임상시험 분야 별 동향부터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 분야 별 동향
1) 글로벌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 분야 별 동향

글로벌 시장에서 첫 디지털 치료기기의 임상시험이 시작된 2017년 이래 5년간 누적 65건의 임상이 진행됐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불안 및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치료제다. 개인 맞춤형 인지훈련 콘텐츠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의 증상 개선에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는 수면에 대한 인지적 오류를 교정하고 수면위생 교육, 스트레스 이완 요법 등을 제공하는 식으로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기존 인지행동치료 앱들이 획일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환자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이는 치료 동기를 지속시킨다는 큰 장점을 지닌다. 특히 정신과 의사들은 타 분야의 의사에 비해 인지행동치료에 전문적이라는 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임상에 적용하는 데도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물중독이나 당뇨·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에 대한 임상시험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행동 변화를 통한 관리가 필요한 중독 및 만성질환의 특성이 앱과 같은 플랫폼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의 형식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2)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 분야 별 동향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는 불면증이나 중독증상 완화를 위한 제품 개발이 주류였던 것과 비교해 지난해에는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경도인지장애, 발달장애 등 보다 다양한 질환에 적용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을 완료하였거나 진행 중인 업체는 5개 기업이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10건은 뇌 손상 환자의 시야장애 개선용 인지치료, 소아 근시 환자를 위한 시각훈련 소프트웨어, 호흡 재활 소프트웨어, 불면증 치료 용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등 개발 중이다. 이 중 불면증 치료용 인지치료 소프트웨어인 '솜즈'가 올해 2월에 첫 허가를 받았다. 불면증 치료기기 허가는 미국·영국·독일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인 만큼 큰 가치가 있는 결과이다.
하지만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규제이슈가 기업의 시장진출을 크게 작용하여 국내에서도 국제적 추세에 맞춘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잘 마련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외 활용사례
1) NightWare

NightWare는 악몽 장애 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한 수면 장애를 개선하는 최초 FDA 승인 디지털 치료기기로 처방전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나이트웨어 앱은 애플워치와 아이폰을 통해 작동하며, 심박수 및 신체 움직임 분석을 기반으로 환자가 수면 중 악몽을 겪고 있음을 감지하면 Apple Watch를 통해 부드러운 진동을 통해 환자를 깨워줌으로써 진정시키고 다시 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여 수면의 질을 향상한다. 실제 무작위 임상 대조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통제집단과 실험집단으로 나눠 일부에게는 진짜 앱을, 일부에게는 가짜 서비스를 제공해 효과를 측정했다. 두 앱 모두 진짜 앱을 제공했지만 가짜 대조 집단에게는 진동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 수면 척도는 수면의 질 평가 척도로 널리 쓰이는 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척도를 사용했으며, 그 결과 두 그룹 모두에서 수면의 질이 개선됐으며 활성 그룹이 더 큰 개선을 보였다.
무엇보다 나이트웨어의 개발 배경이 가장 감명이 깊었다. 나이트웨어의 앱 개발자의 Tyler는 자신의 전역한 아버지가 이라크에서 복무하면서 PTSD와 악몽 장애를 앓아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Tyler는 군 복무에서 돌아온 군인의 PTSD를 돕고자 프로토타입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군인의 요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유형의 트라우마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의 악몽 장애 또는 PTSD로 인한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영역을 점점 확장했다고 한다.
2) Somzz

솜즈는 불면증 증상개선을 목적으로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인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해당 치료 기기는 실제 임상진료 현장의 표준치료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CBT-I)을 모바일 앱에 구현해 6~9주간 실시간 피드백, 행동중재 및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환자맞춤형 불면증 치료를 돕는다.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6개월간 진행했고, 앱 사용 전·후 '불면증 심각도 평가척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됨을 확인했다.
솜즈는 약물치료 전 시행 되는 치료요법으로 의사 처방을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아직 허가 단계로 사용 비용과 보험적용 그리고 사용 시점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약물 치료법 이외에 새로운 치료수단을 제공할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로써 허가만으로도 큰 의의로 꼽을 수 있다.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이란? 불면증을 지속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심리적, 행동적, 인지적 요인들에 대한 중재(교정)를 목표로 하는 치료로, 만성 불면증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치료방법이다. 수면평가, 자극조절법, 수면제한법, 수면습관교육법, 인지치료법, 이완요법 등으로 구성된다.
마치며
디지털 치료기기의 부상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의료기기(SW)가 질병의 진단을 넘어 치료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디지털 치료제의 적용 범위는 넓어지고 치료 방법은 개인에 따라 더욱 차별화될 것이다. 수많은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개발되면서 떠오르는 우려는 고령자 및 취약계층의 접근성이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임상시험에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기기가 얼마나 사용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는지와 사용할 수 있는지 사용적합성을 향상해야 한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사용이 어렵거나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은 디지털 치료 기기에 접근하고 활용하기에 취약한 집단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접근성 향상 외에 더 중요한 것은 건강형평성 제고를 위해 디지털 치료기기에 모든 사람이 접근가능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높은 수준의 건강 수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건강형평성을 위해 다양한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건강정보 문해력) 수준에 따른 환자 교육등을 통해 기존의 건강격차가 심화되거나 새로운 건강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확장되고 있는 만큼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강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석하는 역량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므로 건강정보 문해력이 없다면 단지 자신의 건강 정보에 대한 이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천과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에도 큰 영향을 끼칠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 글에서는 건강정보 문해력(디지털 헬스 리터러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건강정보문해력)란 자신의 필요에 맞는 건강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이해하고 의사 결정을 하여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능력

출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박봉현,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동향
헬스코리아뉴스, 이지혜기자,“디지털 치료제 시장 연평균 20% 성장... 2030년 23조 예상”
김홍진 기자, 히트뉴스, 앱 깔고 처방받아 쓰는 디지털치료기기 'Somzz'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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